국민의 눈높이는 어느 국민의 눈높이냐

이상섭- 본사 논설위원
이상섭- 본사 논설위원

 

한마디로 기가 찬다. 명색이 집권여당의 공천이 ‘호떡 뒤집기 판도 아니고 이랬다저랬다 한다’(홍준표)는 비판에 동의한다. 민주정당에서는 결코 있을 수 없는 폭거다. 취소이유도 엿장수 가위처럼 제 멋 대로다. 국민의힘이 진정으로 보수정당인지도 묻고 싶다.
지역의 유력지인 매일신문에서도 연일 비판일색이다. 
1면 머리기사로 ‘공천장 줬다가 뺏고, 낙하산 꼽고 국힘 「날림공천」에다 「지역민 바보취급」한다’는 기사로 도배하듯 난리다. 사설시리즈에다 만평까지도 도태우 후보의 공천취소가 주 이슈다.
대구시민들은 투표할 맛이 안 난다고들 한다. 지역민과 당원이 그것도 두 차례의 경선으로 확정된 사람을 과거에 말한 개인 생각을 가지고 공천을 취소한다는 것은 지나가는 소도 웃을 일이라는 게 중론이다. 주민을 핫바지 취급에다 ‘배신 당했다’는 분위기라 더하다.
국민의힘 지도부와 언론은 도 후보의 5.18발언을 ‘막말’이니 ‘폄훼’라고 하지만 도 후보의 경우는 전혀 다른 것 같다. 막말은 ‘입에서 나오는 대로 함부로 하는 말’이고, 폄훼는 ‘남을 깎아내려 헐뜯음’인데 이재명의 형수 욕설이나 ‘2찍’, 정봉주의 교도소 나우바리나 목발경품과는 천지 차이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이재명이 정봉주를 날리니 한동훈은 도태우를 날려버렸다. 
이재명의 잔꾀에 한동훈이 또 당한 것 같다. 다음날 광주 가기가 두려웠거나 마땅한 제물이 없었던 모양이다. 
광주에서는 ‘저와 국민의힘이 보여준 5.18에 대한 진정성을 믿어 달라’고 읍소했다. 호남이 아무리 무서워도 이건 아니다.
도 후보는 ‘5.18에 대해 북한 개입설이 있으니 철저히 조사하라’는 것이었고, 이는 여야 합의로 제정된 일명 ‘5.18 진상규명법’에 명기되어 있는 내용이다. 
동법 3조(진상규명의 법위)에 ‘5.18민주화운동 당시에 북한군 개입여부 및 북한군 침투조작 사건’이 명시되어 이를 제대로 검증해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아무리 5.18을 성역시한다손 치더라도 그 잘난 호남 출신 3인의 비대위원들께서는 특별법조차도 모르고 설친 꼴이고, 한동훈도 부화뇌동한 셈이다.
문재인은 전직 대통령이다. 그에게도 과오가 있으면 책임을 따져 물어야 한다. 
당시에는 3차례의 남북정상회담에다 귀순한 청년어부 두 명을 눈을 가리고 팔을 묶여 북에 넘겼다. 국민 다수의 들끓던 불만을 자유우파수호결의 대회(2019, 대한문)에서 그것도 혹자의 말을 빌려 비판한 게 두 번째 취소사유다. 
국민의 눈높이는 어느 국민을 위한 눈높이 인지 참으로 헷갈린다.

-- 지난 총선 광주서 0.7% 받고 대구에선 28%나 주었다 --

호남표도 수도권 중도 표도 다 좋다. 행여나 산토끼 잡으려고 집토끼를 다 놓치는 우를 범할까 해서다. 
부모님 산소에는 안 가면서 망월동 5.18 묘역에는 자주 가서 이름 모른 비석을 닦으면서 눈물을 흘려야만 정치지도자가 된다니 유구무언이다.
지난 총선에서 광주에선 미래통합당(국힘당 전신)에 0.76%, 전남에선 2.08%를, 반면에 대구에선 민주당에 28.92%, 경북에서는 25.38%나 표를 주었다. 그러면서도 바보처럼 말 한마디 못 한다. 이번엔 정신 바짝 차려야 한다고 아우성들이다.
더 이상 TK를 보수의 심장이니 뭐니 하면서 우롱 말기를 바란다. 대구시민을 존경한다는 말도 이젠 듣기가 거북하다고들 한다. 
억울함에 치를 떨며 고뇌하던 도태우는 주민들의 한결같은 열화로 무소속 출마를 선언하였고, 그 자리엔 김기웅(전 통일부차관)이 낙하산 공천이 되었다.
‘TK당신들은 어차피 국힘당을 찍을 테니 찍소리 말고 우리가 정해준 후보에게 표나 찍으라’는 지시 같아 불쾌하다. 
야당은 무취하고 여당은 무능하다고 했는데, 이젠 비겁함과 뻔뻔함도 더해져 왠지 씁쓸하다. 
4·10 총선, 자존심의 한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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