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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새 나이 84세


홈페이지관리자 기자 / 119@dkbsoft.com입력 : 2021년 02월 22일
↑↑ 박하식- 소설가
홀로 소백산 달밭골 산행을 했다.
흙으로 돌아갈 날도 멀지 않았다. 이 땅의 정치는 슬픈데 하늘은 푸르고 산은 아름답다. 소백산은 눈에 덮여있다. 눈 속에 곧 사라질 발자국을 남기면서 걸었다. 인생은 늙으면 폐기물이다. 늙은이의 최선의 삶은 무엇인가. 죽음에 대해선 어떻게 맞이할 것인가. 곧 봄이 오면 산에 꽃은 필 것이다.
의사의 사형선고를 받은 암환자들이 이곳에 와 살면 암이 완치된다는 달밭골이다. 많은 암환자들이 모여 투병생활을 하고 있다. 15년 전 두 친구 중 서울 친구는 미국 가 수술을 받고 하늘나라로 갔고, 달밭골에서 투병을 한 친구는 완치돼 지난 가을 송이를 따가지고 와 영주서 찌개를 끓여놓고 미국 가서 죽은 친구를 그리며 막걸리를 마셨다.
금계호(金鷄湖)가 바라보이는 욱금마을 주차장 평상에 백발노인이 앉아있었다. 얼굴이 깨끗하고 눈이 맑다. 허리가 꼬장꼬장하고 산길을 오르는 걸음걸이가 날렵하다. 산 좋고 맑은 곳에서 사니까 건강하시다. ‘올해 연세가 얼마세요?’ ‘아흔 여섯입니다.’ 귀도 밝았다. ‘백수를 넘기시겠습니다.’ ‘늙어 오래 살면 뭐합니까? 가족과 사회의 쓰레기디요.’십승지지를 찾아 북한 영변에서 온 정감록비결파인 모양이다.
인생은 그렇구나! 그래서 공자는 50이 지명(知命), 70이 지천명, ‘칠십이면 마음이 하고 싶은 대로 해도 도리에 어긋나지 않는다’ 했고, 당(唐)나라 시인 두보(杜甫)는 인생칠십고래희(人生七十古來稀)라 했고, 김삿갓은 인생칠십우사년(人生七十又四年) 비인비귀비인선(非人非鬼非人仙)이라 ‘사람이 70에서 4년을 더 살면 사람도 아니고 귀신도 아니고 신선도 아니라.’ 했다.
온천 신발장 옷장 번호가 9번이다. 아무리 신발장을 열어도 열리지를 않는다. 고장 난 모양이다. 시내 목욕탕에서 전에 고장 난 옷장 경험을 했기 때문이다.
‘왜 신발장이 열리지 않느냐, 열어 달라’고 소리쳤다. 매표구 직원이 달려왔다. 그가 내 키를 받아 연 신발장은 6번이다. 내 신발장 번호는 9번이 아닌 6번이었던 것이다. 그런데 내가 보고 또 보고 열려했던 신발장 번호는 9번이 분명했다.
차 키가 늘 두는 틀 발위에 없다. 주머니에도 없다. 책상위에도 없다. 책상 서랍도 열어보고 책상 밑에 떨어졌나. 찾고 찾았다.
아내가 ‘뭘 그렇게 찾느냐?’ 물었다. ‘차 키가 없다’고 했다. ‘당신 손에 들려있는 게 차 키가 아니냐.’고 했다. 차 키는 내 왼손에 들려있었다. 차 키를 손에 쥐고 키를 그렇게 찾아 헤맸던 것이다.
우리 집 마당에는 해마다 고추 30여 포기를 심어 식염을 한다. 고추 한포기가 노랗게 오그라들며 안자란다. 뿌리 밑에 돌이 박혔는가. 송곳으로 찔러보기도 하고, 노랗게 오그라든 뿌리에 물을 주고 온갖 정성을 다했다. 그래도 안자란다.
다른 고추 포기들이 꽃이 피고 고추가 열릴 때였다. 뽑아버리려고 뿌리에 무슨 병이 들었나! 뽑아보았다. 아이쿠! 고추포기에게 큰 죄를 지었다. 모종을 이식할 때 밑에 비닐 캡을 안 빼고 그대로 심었던 것이다.
심을 때 나는 분명 뽑고 심었는데 비닐 캡은 그대로 있었다. 내 정신이 이렇다.
저녁을 먹으려고 된장찌개를 불에 올려놓고 마당에 고추를 몇 개 따러 나갔다가 비닐 캡을 안 빼고 심어 죽게 한 고추포기에 대한 생각에 사로잡혀있었다.
어디에서 찌개 타는 냄새가 진동을 했다. 뒷집이나 옆집 아주머니가 찌개를 올려놓고 어디 갔는가. 찌개는 타서 못 먹겠군! 다 타고 냄비가 달아 불이 나면 어떻게 하나, 걱정을 하며 샘가에서 고추를 씻어들고, 주방으로 들어와 보니 내가 올려놓은 찌개가 다 탔다. 냄비가 벌겋게 달아있었다.
87세 교장 친구는 해병대 출신으로 술은 자배기로 마시고, 발차기는 머리끝까지 오르고, 주먹세계에서 날리던 사람이다. 늙으니까 나와 같다. 친구가 차를 폐차하고 운전면허증을 반납한 위로금 20만원으로 술을 사는 것을 얻어먹었다.
늙은이 운전은 위험하니 자네도 면허증을 반납하고 급할 때는 택시를 타고 다니란다. 기름 값 차량세 보험료를 포함한 그 돈이면 1년 택시를 타고 돈이 남는단다. 시골 헌차끼리 박은 충돌사고는 수리비 2~300만원이지만, 외제차를 박을 경우 전 재산을 팔아도 모자란단다.
문경서 온 세 친구가 다방에서 차 한 잔 나누고 간단다. 차를 마시는 동안 나는 순흥기지떡을 한 상자씩 사주려고 차를 급히 몰았다. 영주역 떡 분점 앞에서 차를 세우려는 순간, 길가에 정차해 있는 앞차를 받았다. 급히 후진을 했다.
뒤차를 또 탕! 브레이크를 밟는다는 것이 액셀러레이터를 밟은 모양이다. 경찰과 보험회사에서 오고 사람들이 몰려왔다. 앞차는 많이 깨졌는데 수리비가 200만원이고 뒤차는 약간 헤졌는데도 1천만 원이다. 이제는 더 사고를 내면 보험도 안받아준단다. 운전을 그만 하란다. 나는 그런 형편도 못된다. 아내가 2급 장애인이다. 장애인 전동차도 못 모는 지적장애인을 매일 병원에 데려가고 데려오고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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