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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향, 어머니 봉양 일기


홈페이지관리자 기자 / 119@dkbsoft.com입력 : 2020년 07월 09일
↑↑ 이병준- 시인, 수필가, 서예가
정년 퇴임을 당하고 나니 여가가 무한하여 어머니 봉양할 시간을 하늘이 기회를 주시네.
주야로 저리도 애절하게 울어대는 앞산 뻐꾸기 울음 소리 그리움에 속타는 마음 내 어찌 너만 못하랴만 이심전심의 법열(法悅)을 너를 통해 깨닫게 되니 미물의 네가 도(道)의 이치를 깨우쳐주는데는 선승(禪僧)보다 낫구나.
밤새 울어대는 개구리 울음소리는 지휘자도 없는데 한 녀석이 독창으로 시작하자마자 동시에 합창으로 이어져 자지러질 듯 울어대다가 어느 시점에서 일시에 딱 그치니 정말 그 그침의 동작이 참으로 신기하다. 관현악단처럼 지휘자가 있어 지휘봉에 의해 일시에 그 울음 소리를 그친 듯 정말 신통하게 느껴진다.
아침에 일어나면 어머니 이부자리는 어머니가 개키고 내 이부자리는 내가 개켜 장롱에 넣고, 밤새 엄마가 보신 좌변기 소변을 앞뜰 밭에 버려야한다.
소변기통를 들고나가면서 반드시 소변 색깔에 변동이 있는지 자세히 살핀다.
왜냐하면 1개월여 전에 어머니가 119 차로 안동병원 응급실에 실려간 적이 있다.
그날은 휴일이라서 당직 의사가 씨티촬영, 심전도 검사 등 과정에서 어머니에게 아침에 본 변 색깔이 어떤 색깔(황변·흑변)이었느냐고 질문했던 사실을 기억하고 있기 때문이다.
“곡식에겐 그만한 거름이 없다”고 누차 어머니께서 말씀하시며 곡식이 자라고 있는 밭에다 꼭 소변을 버리라고 하신다.
행여나 내가 귀찮게여겨 아무데나 쏟아버릴가 하시는 염려 때문이다. 이 염려는 치매가 올까 미리 앞당겨 염려하시는 기우(杞憂)와는 다른 차원의 엄마의 말씀임을 나는 새겨 짐작한다. 아침 식사 준비 쌀 앉히기 전에 어머니가 식전에 드시는 역류성위염, 혈압등 약을드시게 보리차 한 컵 따스게 데워서 드리고, 밥조리를 시작하는데 쿠쿠 밥솥을 구입한지 오래되어 최근 압력밥솥을 사서 교체했는데 엄마는 계속 어색해 하신다.
구닥다리라도 쓰시던 게 역시 편하고 좋으신 모양이다.
“보온이 해지되었습니다” “백미 조리를시작합니다”“밥이 다 되었으니 고루 져어주세요” 이렇게 순서대로 전기밥솥이 얘기하는 멘트를 못 알아 듣겠다 하시니, 우선은 급한 김에 잠시 내가 개인적 용무로 출타할 경우에는 종전에 쓰던 밥솥으로 교체해 놓고 떠나야한다.
불편이 전혀 없으니 밥짓는 일로 위급한 사항은 없을 듯해서 다행한 생각이다. 아침식사 후엔 꼭 커피를 드신다. 어머니 말씀의 지론은 “야야, TV에 의사선생님이 나와서 얘기하는데 하루에 커피 두,세잔은 몸에 좋다고 하더라.
작년 겨울에는 커피에 김실이(여동생)가 사다 준 꿀을 한 숟갈씩 타 먹었더니 매년 지던 병원 신세도 안 지고 잘 넘겼다” 고 누차 말씀하시니 덕분에 나도 꿀커피를 마시게 되서 이래저래 기분이 덩달아 좋게 느껴진다.
건강에도 나쁠 게 없으니. 점심은 아침먹다가 남은 밥이 있으면 그 부족분은 라면으로 한 개 또는 한개반 으로 끓여 보충하기로 합의 실행한다.
봄부터 반찬은 집 앞·뒤 텃밭에 돋아나는 참나물, 참취, 곰취, 미나리, 씀바귀, 비름나물로 기본 반찬은 해결한다. 가끔 달래, 도라지, 더덕도 어디서 캐오시는지 엄마 덕분에 아주 귀한 반찬으로 맛을 보게 된다.
이 충만된 행복감으로 긴장과 피로감을 동시에 해소할 수 있어 다행스레 생각한다. 채취한 나물을 삶아 마늘에 참기름 버무려서 장만하는 건 엄마의 소관이다. 나는 아직은 반찬할 거리나 사올 줄만 알지 조리를 제대로 못 한다.
그래도 참치찌게 꽁치찌게 정도는 김치 송송 썰어 넣고 멸치 조금 고추장 한 숟갈해서 제법 간 마춰 끓여낸다. 내가 맛 보아도 영 맛이 아니나 엄마는 늘 “먹을만 하다” 며 간단한 내 조리솜씨에 대한 짧막한 심사평이다.
저녁 준비 전에 햇볕에 종일 소독된 좌변기를 방안에 원위치 시킨다.
저녁은 6시경에 조리해서 6시30분경이면 식사를 하도록 준비 한다.
엄마는 시간이 일찍지 않느냐고 하시지만 저녁 먹고 설거지 마치면 7시 30분경 되니 이른 게 아니라 생각되어 내 소신대로 이행한다. 저녁 설거지 후에는 편안하게 TV 연속극 을 함께 본다.
엄마는 보는둥마는둥 하시니 <기막힌 유산>프로는 재미가 있으니 보시라고 해도 반신반의 보는 척 하시다가 8시30분에서 9시 사이에 슬며시 주무신다.
그러면 나는 TV 살짝 끄고 사랑방 서재로 간다. 독서도 하고 휴대폰으로 원고 워드도 친다. 휴대폰이 얼마나 고마운지 신(神)과 같은 느낌이 든다.
오르는 생각을 지체없이 입력 저장할 수 있다는 게 신기(神技)가 아니고서야 해낼 수 있는 일 이겠는가.
참으로 다행스러운 것은 삼시 세끼 정량의 소식(小食)을 거의 정시에 드신다.
나도 인천 집에 있을 때 보다 식사 시간 관리가 아주 잘 되는 느낌이다. 저녁엔 반주 곁들여본들 소주 석잔은 넘기지 않으니 건강에도 좋고 독서와 원고 쓰는 시간 관리, 환경도 이곳 고향집이 정서적으로 안정이 되어안성맞춤이다.
홀로 등산 할 수 있는 코스도 야산이지만 호젓하고 멋진 왕복 서,너시간 이면 충분히 귀가할 수 있는 코스로 이미 답사 확보해 놓았으니 당분간은 부러울게 없겠구나 하는 느낌이다.
임플란트나 어께 통증 정도는 병원을 내 편한 시간에 다녀오면 되니까 별 불편을 못 느낀다.
궁금해서 오는 지인들의 전화를 받아보면 “고생 되겠다” “지금 그 나이에 모실 부모가 계셔서 좋겠다”“참으로 복 받으셨네요. 부모를 직접 모실 수 있다는 게 행운이지요”
이런 인사를 하는 분들이 대개 내 나이 또래 아니면 내보다 나이가 많으신 분들의 공통된 얘기이다.
나는 소시적부터 마음 속에 새긴 약속이다. 내 어머니는 요양원만큼은 절대 안 보내겠다고,
그 마음 속의 서약을 때가 되어 이행해 갈 뿐이다.
언제까지일지는 모르겠지만 끝까지 이다. 엄마와 모자지간 천륜의 인연, 자식된자(者)로서 기본 도리와 내 자성(自性)으로서 양심의 문제이다.
참사람의 가치란 남이 알아주는 것 보다 자기의 가치를 스스로 발견해 실행에 옮겨가는 일이라 생각한다.
내 자식들이 과연 말년에 나를 어떻게 대우해줄까 하는 생각은 그야말로 필요없는 과대망상으로 끝날 수 있는 일일 것이다.
자기의 가치를 자기가 사유하고 발견해서 이행하고 이승을 떠나는게 자신을 향한 최고의 품격이 아니겠는가.
한 번 태어나는 생(生)과 한 번은 꼭 갈 수밖에 없는 사(死)의 세계, 비록 짧은 인생사이긴 해도 참 삶의 품격이 어떠해야 하는지 자주 숙고해 본다.
선조의 후손으로서 종사(宗事)에 임하여 의 (義)롭지 못한 누추한 자취를 어지럽게 남기고 사라지는 그 영혼이 이승을 떠나 과연 편안한 영면을 누릴 수 있을까를 생각해본다.
근묵자흑 근주자적(近墨者黑 近朱者赤)이라 했으나, 나는 비록 문방사우(文房四友)와 벗하여 근묵자, 근주자로 살지라도 오로지 순백(純白)으로 청정하고 소박하게 그렇게 살다가 고고하게 사라지고 싶은 게 종심(從心)을 넘긴 나이에 절실하게 인식하는 내 깊은 사유 (思惟)의 결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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